[ 기획자라는 직업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읽은 책 ]
[ 기획자의 독서 ]
- 김도영
가끔 친구들이 놀리듯이 말합니다. “넌 맨날 책 읽으면서 이런 말도 모르냐.” 하지만 저는 어려운 것을 쉽게 쓰고 싶어서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어휘를 경험하는 것은 맞으나 한글도 언어인지라 읽기만하고 쓰지않으면 휘발된다. 휘발되지 않기 위해 잘 쓰지 않는 단어를 문장 속에 어색하게 끼워넣는 것보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더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산티아고를 걷는 게 특별했다기보단, 이제 어떤 길을 걸어도 산티아고를 걷던 마음가짐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저는 아직 산티아고를 걸어보지 않았지만 늘 이 말을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것들도 특별하게 마주할 준비를 하면서 말이죠.
전에 본 김경일 교수님 영상에서 '큰 불안을 잘게 쪼개서 하나씩 해결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행복도 한 번에 큰 행복보단 자잘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신 얘기를 마음 속에 담고 다녔는데, 그래서 나는 행복은 크기에 상관없이 좋지만 우연히 마주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책을 좋아하더라도 유독 소설책만은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너무 감상적이라서 별로라거나 딱히 유용한 정보 없이 재미 위주로만 쓰인 게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더라고요. 각자 좋아하는 책의 분야를 존중하니 강요는 하지 않지만 저는 꼭 이 말만큼은 덧붙여 줍니다. “재미를 위해 쓰인 그 감상적인 이야기 속에 가장 리얼한 세계가 담겨 있다”라고 말이죠.
한 때 소설책을 유독 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아까워서, 근데 어느샌가 그 마저도 재미를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종종 읽고 있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 들어가 다른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달까.
저는 가수 윤종신 님의 가사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그 특유의 현실적이고 조금은 찌질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진솔한 화법이 매력적이어서입니다. 그런 윤종신 님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한 말이 있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 가수는 아니잖아. 솔직히 김연우나 박효신 급은 아닌 거 세상이 다 알고. 그럼 어쩌겠어. 가사라도 잘 써야지. ‘저들이 노래할 때 나는 이야기를 하자!’ 이런 거지. 좋아하는 거 계속하려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거든.”
며칠 전 팀장님이 해주신 말 중에 하나가 "어차피 본인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이미 나와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다." 내 가치관 중 하나는 'Best 보단 Better' 이다. 오늘의 최고가 되기를 추구하기 보단 어제보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긴 왜 공백으로 두셨어요?” “공백이 아니라 여백인데요….” “네?” “비워둔空 게 아니라 남겨둔餘 거라고요.” 저는 아직도 이 대답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늘 무엇인가 아쉬울 때면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하죠. 이건 비워둔 것인가 아니면 남겨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저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너무 싫었고 이를 이해해달라며 사용자에게 고개 숙이는 것도 싫었던 겁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해놓고 다음에 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꼭 제가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자괴감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오류를 당연시하거나 별것 아닌 것처럼 대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게 훨씬 큰 문제겠죠. 다만 무엇이든 한 번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문가들을 통해 수차례 교정을 거친 책도 어디선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될 수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한 번에 잘하고 싶지만, 어차피 무한한 수정을 거쳐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고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가 한 결과물에 지적했을 때 발끈하기보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빠르게 수용하고 감사의 인사를 건내는 쪽이 더 멋있는 것 같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이 한 말입니다. “인생은 반복이다.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반복. 말처럼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문장에서 ‘성취한다’보다 ‘지치지 않는 자’에 방점이 찍히더군요. 아마도 쉽게 지치지 않는 루틴을 만들고 싶고, 또한 그 루틴에 쉽게 지치지 않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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