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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Books

[책 리뷰] 달 드링크 서점

by 밍톨맹톨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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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순식간에 읽은 기분 좋은 소설]

[달 드링크 서점]

- 서동원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돌릴 것인가.

키 큰 요정도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열 번, 스무 번, 백 번. 하지만 꿈을 이룰 수 없었죠. 그래서 결국 다른 요정들처럼 별 꾸미기 일을 시작했어요.” 백이라는 숫자 아래 키 큰 요정이 겪어야 했던 좌절의 시간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그런 사실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그렇기에 단순하게 생각했다. “백한 번째에 지킴이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키 큰 요정은 많이 지쳐버렸어요. 더 도전하기 버거울 정도로요. 꿈을 꾸던 시절과도 너무 멀리 떨어져 버렸죠. 시간은 때론 잔인한 이빨을 들이밀곤 하니까요.”

현실에 치이다보면 결국 내가 쫓고 있던게 허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조급한 마음이 들게 된다. 

 

꿈이 너무 멀리 있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게 되면 금방 지치게 되기 마련인데 

그럴 때 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면서 목표를 잘게 쪼개야 된다. 

d키 큰 요정이랑 저랑 동갑인 거 아세요? 친구거든요. 제가 지킴이 합격하면서 걔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손으로 얼굴을 문대며 보름이 지난날을 회상했다. 파미나의 슬픈 표정이 함께 떠올랐다.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우리도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 수는 없잖아. 그렇게 말했어요. 정작 아무것도 아닌 건 저인데, 다 안다는 식으로 그렇게 말했죠. 지금 저를 보세요. 운도 없어서 도둑질이나 돕고 있는 신센데.”

지킴이가 되기 싫었던 달 토끼와 지킴이가 되고 싶었던 키 큰 요정 

달 토끼가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쫓는 요정에게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했던 이야기.

하지만 결국 꿈을 쫗은 요정은 지킴이가 되고 현실을 받아들인 토끼는 방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알게 모르게 쌉싸름한 느낌의 이야기랄까

저는 ‘꿈’에 있어서는 슬픈 결말들만 가득한 것 같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달에나 계속 있을 걸 그랬어요.” “결말은 네가 꿈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로 정해지는 게 아니야. 네가 느꼈던 감정과 경험들로 만들어지지. 목적을 이뤄도 슬픈 결말일 수 있고,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결말일 수 있어.” “그럼 좋은 결말이란 건 뭔데요?” 보름의 질문에 문이 처음으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술술 답하던 그가 이 물음만큼은 정말 답이 없다는 듯이 조심스레 입술을 움직였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좋은 결말 아닐까? 고생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추억에 젖어 웃음을 터트리곤 하잖아. 그땐 그랬지 하고.” 깨끗하게 닦은 잔들을 일렬로 내려놓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후회란 건 언제나 우리의 뒤통수에 바짝 붙어 있어서 피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대개 실패한 경우보다는 도전하지 못한 경우에 후회가 더 크더라고. 숨이 다해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도 ‘겁먹지 말고 더 도전해 볼걸’이거든. 그런 면에서 너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요즘 나는 잘 모르겠어~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봄이 오기 직전이 가장 춥고,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어. 성공하기 직전이 가장 힘든 순간일 수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보자는 예시로 많이 사용되지.” 탁자에 일렬로 서있던 잔들이 마법에 걸린 듯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봄과 겨울이 가깝고 어둠과 빛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도 결국 비슷한 게 아닐까?”

... 마음을 채우는 게 성공이라면, 실패는 마음을 성숙시키니까. 적어도 나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성숙한 이야기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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